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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9일 수요일

Finding Why

자기 인생에서 자기기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이 나이에도 아직 이런 고민을 하는 걸 보면 ...
왜 내가 이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과거를 돌아보면 뭔가 정리가 되겠지.

컴을 처음 본건 초등학교때 친구를 따라 간 컴퓨터 학원이었다.
컴퓨터를 보자 머리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마치 자신의 이상형을 소개팅에서 만날때 들리는 그 종소리.
화려한 화면과 키보드에 즉각 반응하는 그 무엇에 나는 강하게 끌렸고,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결정하게 된다.
하여 어떤 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나는
처음으로 부모를 졸라서 컴퓨터 학원을 다니게 된다.
그때배웠던 것은 줄의 맨앞에 숫자를 써야하고
goto문을 사용해 분기해야만 했던 Basic 언어.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음을 알았다.

중학교때 아버지를 졸라 IBM 286 XP컴퓨터를 사게 된다.
(그땐 빌 게이츠를 몰랐지만)게이츠 처럼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낼 줄 알았지만
그런 기적은 없었다.
그 시대에 시골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주로 노턴유틸리티, Basic, 오락이 다였다.

중학교 3학년 진로 선택기간.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는데 컴퓨터가 하고 싶었기에
실업계와 인문계 고등학교 사이에서 무지하게 고민을 했다.
선생님은 펄쩍 뛰시고 부모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결국엔 안전을 택했다.
이때 상고를 갔었다면 대박과 쪽박 둘중 하나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3년간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컴퓨터와는 아무런 접촉을 하지 못했다.
3년간 공부만 열심히 했지만 효율적이진 못했다. 성실함이 무기였던 시절.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입학.
꿈에 그리던 컴퓨터 동아리를 들어가게 된다.
이때 본격적인 C 프로그래밍을 선배들로부터 배우게 된다.
주로 Turbo C로 수업.
선배들 수준은 높아서 회사와 학교를 병행했다.
선배들은 나의 롤모델이 되어주었고, 열심히 따랐다.
2학년이 되니 나에게 할술부장이라는 딱지를 달아 주었다.
2번의 전시회도 잘 치뤘고 힘든 만큼 배운것도 많았다.

2학년 여름방학.
친구/선후배와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웹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보드 게임들을 만다는 것이었다.
세균전, 타자게임, 오목, 오델로 뭐 이런 것들..
한달에 50만원 받는 조건.
5명이서 시작했던 알바는 몇몇은 중도 포기했고
3명은 끝까지 마무리를 하게 된다.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으로 돈을 벌었다. 짜릿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라는 숙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휴학을 하고 고향에 내려간다.
그러던 어느날 동아리 선배에게 운명적인 전화가 왔다.
군대가는것만 길이 아니고 병역특례라는 것도 있으니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쉽에 지원을 해보라는 내용이었다.
머리도 이미 깎았고 갈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였는데 혼란스러웠다.
고민끝에 밑져야 1년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다시 상경.
추운 겨울에 홀로 동방을 지키며 멤버쉽 지원을 준비했다.
친구집에서 얹혀 지냈어서 컴퓨터와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멤버쉽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절실하게 준비한 만큼 멤버쉽에 합격.
친구집을 떠나 논현동 멤버쉽 입성.
그곳에는 다른 부류의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만의 게임엔진을 만드는 사람,
세계 마이크로 마우스대회에서 1등하는 사람,
스티커 사진 기계로 사업을 하는 사람...
많은 자극이 되었다.

휴학생이었기에 돈벌이가 필요했는데
마침 매닉스가 알바자리를 주게 된다.
알바가 마무리 되어 갈때쯤 그 회사가 병역특례 제한을 했고(하느님 맙소사)
난 주저할 틈없이 좋다며 딜을 한다.
회사에 정식 취직을 하면서 멤버쉽을 정리하고
흑석동 자취방으로 들어간다.

3년간의 특례생활
일로서 다가오는 소프트웨어는 그리 즐겁지가 않았고 힘에 부쳤다.
어떤 때는 정말 모니터만 보면 화가 날 정도로..
내가 운명이라 여겼던 소프트웨어인데 실전은 달랐다.
이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길이 그길인가?

억지로 3년을 버티고 학교로 복학한다.
복학후 전액장학금도 한먼 먹고
삼성 취업을 위한 백업으로 멤버쉽에도 컴백한다.
논현동은 없어지고 강남멤버쉽이라 한다.
졸업을 하고 삼성에 입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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